바벨탑 이야기 (창세기 11장 1-9절): 심판인가? 축복인가?

창세기 11장 1-9절의 바벨탑 이야기는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야기되는 성서에서 가장 흥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표준새번역은 본문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있다:

  1.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2.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3.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4.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을 쌓고서,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5. 주께서는, 사람들이 짓고 있는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
  6. 주께서 말씀하셨다. “보아라, 만일 사람들이 같은 말을 쓰는 한 백성으로서, 이렇게 이런 일을 하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그들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이 거기에서 하는 말을 뒤섞어서,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8. 주께서 거기에서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9. 주께서 거기에서 온 세상의 말을 뒤섞으셨다고 하여, 사람들은 그 곳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한다. 주께서 거기에서 사람들을 온 땅에 흩으셨다.  [저자강조]

혹자는 바벨탑 이야기가 실제 역사적인 사건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999년 웨인 젝슨 (Wayne Jackson) 은 Christian Courier 블라그에  “The Tower of Babel-Legend or History?” 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젝슨은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입증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젝슨의 글은 한동대학교 창조과학 연구소에 의해 “바벨탑: 전설인가, 역사인가?”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바벨탑 이야기가 역사적인지 신화인지는 하는 논쟁보다 더욱 중요한 이슈는 “바벨탑 이야기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바벨탑 이야기는 다음의 세가지 방향으로 해석되어 왔다. 아래의 내용은 시카고 멕코믹 신학교에서 구약을 가르치는 테드 히버트 (T. Hiebert) 의 최근 논문 “바벨탑과 세계문화의 기원” (“The Tower of Bable and the Origin of the World’s Cultures,” JBL 126/1 [2007]: 29-58) 에 근거했음을 알린다.

첫째, 바벨탑은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심판” 의 이야기다. 최초의 창세기 주석서로 불리는 주전 2세기 유대교 문서 쥬빌리서는 (The Book of Jubilee) 바벨탑 이야기의 주제를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심판” 으로 이해하였다 (Jubilees 10:22). 기독교인 어거스틴도 (Augustine, City of God, Book 16, Chapter 10) 바벨탑을 “인간의 교만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는 행위” 라고 해석하였다. 16세기 종교개혁자 칼빈과 (Commentaries on the First Book of Moses Called Genesis, vol. 1) 루터도 (Luther’s Works, vol. 2, Lectures on Genesis: Chapters 6-14) 바벨탑 이야기를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심판” 이라는 차원에서 창세기 주석을 하였다. 20세기의 위대한 두 구약학자 게르하르드 폰 라트와 (Genesis, 153) 클라우스 웨스트만도 (Genesis 1-11, 548-49) 역시 바벨탑은 인간의 교만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이야기로 읽고 있다. 그러나 바벨탑 이야기의 본문인 창세기 11장 1-9절은 “인간의 교만” 를 전혀 찾을수가 없다.

둘째, 바벨탑은 “제국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이야기다. 크로에오토와 (J. S. Croatto, “A Reading of the Story of the Tower of Babel from a Perspective of Non-Identity,” In Teaching the Bible: The Discourses and Politics of Biblical Pedagogy [1993]: 203-23) 데나 놀란 페웰은 (Danna Nolan Fewell, “Building Babel,” In Postmodern Interpretation of the Bible – a Reader [2001]: 1-15) 약자를 억압하는 제국의 지배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로서 바벨탑 이야기를 읽고 있다. 바벨탑 이야기에 나오는 “바벨” 이라는 단어는 바벨론 제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주전 8세기는 앗시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서, 그리고 6세기는 바벨론 제국의 지배 아래서 끊임없이 침략당하고 노략당한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의 관점에서 제국을 심판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읽고 있다. 바벨탑이 바벨론의 아카드어의 BAB.ILUM 은 “신의 문” 이라는 뜻이고, 히브리어의 Balal 은 “혼동 혹은 혼합하다” 라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학자들은 바벨탑이 바벨론의 지구렛 (Ziggurat) 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구렛은 바벨론의 신 마르둑에게 헌정한 신전이므로 창세기의 바벨탑과는 관계가 없다.  

셋째, 바벨탑 이야기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의 기원” 에 대한 이야기다. 번하드 엔드슨과 (Bernhard W. Anderson, “The Tower of Babel: Unity and Diversity in God’s Creation,” In From Creation to New Creation: Old Testament Perspective [ 1994]: 165-78) 테드 히버트는 (T. Hiebert, “The Tower of Bable and the Origin of the World’s Cultures,” JBL 126/1 [2007]: 29-58) 바벨탑 이야기의 주제는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심판” 이라는 구도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축복” 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바벨탑 이야기는 “다양한 문화” 의 성서적 기원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 이라는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바벨탑 이야기는 “주께서 거기에서 사람들을 온 땅에 흩으셨다” (창세기 11장 9절b, 표준새번역) 라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끝난다고 주장한다. 문화와 언어의 다양함이 하나님의 심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해석은 새롭다. 히버트는 바벨탑 이야기에서 인간의 계획과 하나님의 계획 사이의 갈등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래의 도표를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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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버트의 주장에 의하면, 바벨탑 이야기는 “한 언어”를 사용하고 “한 문화”를 고집하는 인간과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배푸시는 하나님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이 갈등의 해결을 심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축복으로 볼 것인가? 히버트의 바벨탑 해석은 창세기 1-11장을 하나님의 “창조”와 “심판”으로 읽어오는 전통적인 창세기 주석에 문제를 제기한다 (히버트는 2008년 한 강의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히버트에 의하면 하나님의 심판은 창세기 9장에서 끝난다고 한다. 창세기 1-9장을 편집한(?) 저자 (아마도 P) 에 따르면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하셨다” 라고 명령하시는 창세기 1장 28절과 9장 1절의 말씀이 창세기 10장에 실현되었기에 (노아의 자손의 족보) 바벨탑 이야기 (창세기 11장) 는 저주와 심판이 아니라, 세상 온 지면에 흩어져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축복” 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바벨탑 이야기는 “제국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이야기로 해석하는 두번째 견해에 동의한다. 히버트에 의하면, 이 의견도 여전히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심판” 이라는 구도에 속한다. 필자는 위의 표준새번역 번역에 “도시,” “탑,” “시날 땅,” 그리고 “온 땅”에 빨간색으로 강조를 하였다. 즉 바벨탑 이야기의 중심주제는 한 특정한 지역에 인간이 세우는 거대한 도시와 탑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본문의 가장 중심된 구절은 8절이다: “주께서 거기에서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시날 땅 [제국의 지배] 에서 온 땅으로 [피지배] 사람들을 흩어신 하나님의 역사 [심판] 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바벨탑 이야기는 시날 땅 [제국] 에서 가나안으로 [온 땅] 이주한 아브람의 이주를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