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의 하나님 나라

지난 5월 21일 예수사랑교회에서 열린 시카고 지역 연합감리교 선교부흥회에 참석하였다. 유대인 부자청년의 이야기로 (마가복음 10:17-22) 이승우 목사님이 설교하셨다. 설교의 주제는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에게 달린 것으로 사람의 행위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에 기초한 깊이 있는 설교였다. 많은 설교자들이 이 본문으로 설교 할 때 보통 다음과 같은 두가지 차원에서 설교를 한다. 어떤 설교자는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하신 예수의 말씀에 힘입어 부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설교를 한다. 또는 어떤 설교자는 유대인 부자청년의 질문과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의 대답을 혼동하여 영생과 하나님 나라를 동일시하는 설교를 한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본문의 마지막 말씀을 놓치지 않는 반면, 이승우 목사님도 역시 영생과 하나님 나라를 동일시하고 계신다. 과연 그런가? 본문을 먼저 살펴보자.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한 사람이 달려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께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아라, 속여서 빼앗지 말아라,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지 않았느냐? 그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나는 이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 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둘러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 제자들은 그의 말씀에 놀랐다. 예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들아,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 하시니, 제자들은 더욱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을 눈여겨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은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무슨 일이나 다 하실 수 있다. (표준새번역, 필자강조)

젊은 부자청년의 질문은 도마복음의 시작을 연상케 한다: “이것들은 살아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디디모스 유다 도마가 기록한 비밀어록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 어록의 의미와 해석을 발견하는 자는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These are the secret sayings that the living Jesus spoke and Didymos Judas Thomas recorded. And he said, “Whoever discovers the interpretation of these sayings will not taste death.”). 도마복음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마복음에서는 영생의 문제에 있어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중요하지 않다. 도마복음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의 어록 (114개의 어록)과 그 어록의 의미를 이해하는 자는 죽음을 맛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가복음의 부자 청년 유대인 이야기도 영생을 얻기 위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믿어야 된다는 주장은 발견할 수 없다. 영생의 문제로 고민하여 질문한 젊은 부자 유대인에게 예수는 계명 (구약성서의 십계명)을 지켰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예수는 “가진 재산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재산이 많은 부자는 근심하면서 예수를 떠나갔다. 예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본문은 “영생”을 구하는 부자청년의 물음으로 시작하지만, “하나님 나라”로 대답하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결론짓는다. 그럼, 마가복음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과연 무엇인가?

마가복음에서 “하나님의 나라” (ἡ 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 라는 말은 20번 나온다. 

  •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1:15)
  •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다. 그러나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들린다. (4:11)
  •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고 (4:26)
  •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오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 (9:1)
  •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버려라. 네가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한 눈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9:47)
  • 그러나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노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10:14)
  • 예수께서 둘러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 (10:23)
  •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 하시니 (10:24)
  • 예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그 뒤에는 감히 예수께 더 묻는 사람이 없었다. (12:34)
  •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내가 하나님의 나라에서 새것을 마실 그 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을 것이다. (14:25)
  • 그는 명망 있는 의회 의원이고,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대담하게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 (15:43)

마가복음은 시작부터 하나님 나라를 언급한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때가 찼다로 표현하고 (1:15);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바깥 사람들에게는 수수께끼이며 (4:11); 죽기 전에 하나님 나라가 권능으로 오시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 (9:1);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15:43). 이 본문들의 공통점은 하나님 나라는 죽어서 들어가는 내세의 세상이 아니라, 이땅에서 살아서 맛보는 새로운 나라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나라가 이땅에 임하기를 바라고 소망하면서 가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새로운 공동체 (예수운동/예수공동체)에 참여하라는 예수의 초청이 오늘 본문의 중심된 주제다. 본문은 마가복음에서 발견되는 6개의 하나님 나라 어록중 하나다: (1)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삶의 결단, 즉 유혹에 끌려서는 안된다는 말씀과 (9:47);  (2)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씀과 (10:14, 15); (3) 마음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첫째요, 그리고 또한 둘째 계명이라고 대답하신 예수의 말씀에 동의한 “선한 서기관” 이 하나님나라에 가까이 간 사람이며 (12:34); (4) 마지막 마가복음의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이며, (14:25); 그리고 (5)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15:42). 즉 본문을 포함한 마가복음에서의 하나님 나라 어록은 종말론적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이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있는 주기도문에서도 발견된다: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고,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 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Your kingdom come.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NRSV]). 이는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종말론적 기도문이라는 측면에서 예배가 끝날무렵 드리는 유대교의 카디시 기도문 (The Kaddish Prayer)과도 비슷하다. 예언자의 전승에서 볼 때, 하나님 나라는 가까운 미래에 다가오는 주님의 날 혹은 마지막 날을 의미한다 (이사야 13:6; 에스겔 30:3; 요엘 1:15).

결론적으로 마가복음이 이야기하는 하나님 나라는 영생과 동일시 될 수 없는 현세적이며, 변혁적이며, 혁신적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소망으로서, 예언자들의 메시지에서 발견되는 “주의 날”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5개의 답글

  1. 오랫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설교하기 전 본문에대한 철저한 주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을 잘 배우고 갑니다. 마가의 하나님 나라에
    귀한 뜻이 담겨있네요.

  2. 목사님께서도 몇번 저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복음서는 유대인들의 미드라쉬 중 하나로 이해된다고 생각합니다. 마가복음의 하나님 나라 개념은 예언자들의 주의 날에 대한 기독교적 미드라쉬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김진양 목사님,

    설교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 거운데 하나가
    늘 들어왔던 대로 설교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곤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렇지만 철저한 주석과 연구가 그대로 선포되어서는 강단이 신학교처럼 되어 버릴 우려가 있는것 같습니다.

    철저히 주석하되, 우리 시대와 성도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은혜로운 설교를 할 수있도록 신구약을 넘머들며 계속해서 징검다리를 놓아주시길.

  4. 백 목사님!
    귀하신 말씀 감사합니다.
    설교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민”한다는 것 그 자체가 아름다울 뿐입니다. 성서를 공부하는 저는 성서와 설교사이 또는 신학과 교회 사이의 징검다리를 끝임없이 “고민”하고자 합니다.

  5.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10:14)
    …..
    이 구절을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예수님의 말씀의 포인트가 막지말고 허락하라는 것이 아닐까요….모두들 하나님나라는 어린아이같은 사람쪽에 무거를 살어주는 듯하여서…
    예수님을 찾아 ….즉 내게로 오는것…..에 대한 말씀으로 막지 말라…하나님나라는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이런 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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